傳說野談函

[도루묵]

bsk5865 2012. 8. 20. 08:31

보낸사람: 엔카 컴나라 운영자 12.08.20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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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묵 

 

도루묵이라는 이름은 촌스럽다. ‘말짱 도루묵때문일 것이다.

널리 알려진 사연이지만,

옛날 어느 임금이 동해 쪽으로 피난 가서 우연히 이 물고기를 먹었는데

맛이 좋아 은어(銀魚)’로 부르라 명했다가 환궁해서 먹어보니 맛이 없어

이 물고기의 본디 이름인 목어(木魚)’도로부르라고 했다는 데서 유래된 수사다.

 ‘도로 목어도루묵이 됐다는 것인데, 점잖게 환맥어’(還麥魚)로도 불린다.

 

촌스러워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 도루묵은 비리지 않고

담백할뿐더러 어육이 단단해서 고소하다. 찌개도 좋고 구이도 훌륭하다.

동해 가까운 태백시에서 처음으로 도루묵찌개를 먹어보았다.

도루묵 알은 투박하고 큰 편인데, 이놈을 톡톡 터뜨려 깨물어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문학기행을 위해 그곳에 함께 갔던 이가 느꺼운 사연을 지닌 여성 시인이어서,

그 시인이 오랜만에 생모와 만난 자리여서, 그들의 눈물이 도루묵찌개의 간을 맞추어서,

더 맛이 깊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옛날 임금처럼 내륙으로 돌아와 다시 그 도루묵을 맛보지는 못했다.

 

도루묵은 차갑고 깊은 바다에 산다.

얕은 바다로 올라와 산란하는 1112월에 잡아 냉동했다가,

일 년 내내 내놓는 식당들이 동해 쪽에 많다.

이 대표적인 겨울철 어종인 도루묵이 요즘 폭염에도 동해에서 무더기로 잡히고 있다.

예년 여름 어획량의 10배 이상이 올라온다고 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연안 냉수대 현상이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계절만 뒤바뀐 게 아니다. 한류성 어종인 오징어나

대구가 서해 대표어종으로 바뀌고 있다.

 

바닷속 물고기들이 제 살 길 찾아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형국이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생존에 적합한 환경을 찾아다니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문제는 이대로 지구가 더 뜨겁게 달아올라 물고기는 물론이고

인간들까지 더 이상 생존 공간을 찾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늦었을지 모르지만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을 세심하게 보살펴야 하는 이유다.

어쨌거나 무더기로 올라온다는 올여름 도루묵의 맛, 궁금하다.

눈물로 도로간을 맞추면 계절도 속일 수 있을까.

엔카 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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