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대관 60주년 국빈 … 예포 41발 쏘며 애국가 연주
[중앙일보] 입력 2013.11.06 00:12 / 수정 2013.11.06 08:30
박 대통령, 국빈 방문 첫날 행사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가 마중
오찬 후 훈장과 왕실 소장품 감상
한국전 참전기념비 기공식 참석
영국 왕실이 국빈에게 제공하는 의전과 예우는 장엄하면서도 화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국빈 방문을 시작하면서 왕실 최고의 의전과 예우를 받았다. 국빈 초청은 1년에 두 차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재위 61년 동안 국빈 초청국은 59개국이다. 올해는 셰이크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국빈 초청을 받았다.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만이 국빈 대접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국빈 방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40분 숙소인 힐튼호텔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요크 공작)의 안내를 받아 승용차를 함께 타고 행사장인 호스 가즈 광장으로 향했다. 호스 가즈 광장은 근위기병대 연병장으로 말을 탄 근위병 교대식이 열리는 곳으로 명성이 있다. 호스 가즈 광장에 도착한 박 대통령이 중앙 단상으로 이동하는 순간 애국가가 연주되면서 런던 그린파크와 런던 타워에서 4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미리 도착해 있던 엘리자베스 여왕과 부군 필립 공의 영접을 받으며 단상에 오른 박 대통령은 여왕의 소개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윌리엄 헤이그 외교장관 등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이어 박 대통령은 100여 명으로 이뤄진 의장대의 사열을 받았다.
환영식의 하이라이트는 호스 가즈 광장에서 숙소인 버킹엄 궁까지 1.6㎞에 이르는 왕실마차 행진이었다.
박 대통령은 기병대장의 안내로 엘리자베스 여왕 내외와 함께 황금으로 장식된 왕실마차에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엘리자베스 여왕과 단둘이서 1호 마차에 오르고 필립 공이 권양숙 여사와 2호 마차에 탔지만 박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여왕, 필립 공과 셋이서 마차에 올랐다. 박 대통령이 미혼임을 감안한 것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은 마차에 오른 뒤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여왕의 대관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에 국빈 초청을 받아 매우 감사하다”고 사의를 표했다. 마차 행렬엔 대영제국의 전통과 위엄이 한껏 묻어났다. 박 대통령이 탄 왕실마차는 검정 바탕의 본체에 천장은 황금색 조각으로 수놓여져 화려함을 자랑했고, 백마 여섯 마리가 이끌었다. 마차의 이름은 ‘오스트레일리안 스테이츠 코치(Australian States Coach)’로, 1800년대 식민지였던 호주에서 선물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 공식 수행원 10명도 마차에 나눠 타고 박 대통령이 탄 마차를 뒤따랐다. 박 대통령이 탄 마차행렬은 호스 가즈 광장을 출발해 약 10분 뒤 여왕 주최 오찬 행사가 열린 버킹엄 궁 대현관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은 오찬 참석 후 여왕의 안내로 자신에게 수여키로 돼 있는 ‘바스 대십자 훈장’과 황실 소장품을 관람했다. 이날 오찬에는 앤드루 왕자, 에드워드 왕자(웨섹스 백작), 앤 공주 내외 등이 함께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한국전 참전기념비 기공식과 무명용사묘 헌화식에 참석했다. 또 의회를 방문해 존 버커우 하원의장 등 영국 의원 100여 명과 대화한 뒤 저녁에는 에드 밀리반드 노동당 당수, 닉 클레그 부총리를 차례로 접견했다. 이어 버킹엄 궁 연회장에서 열리는 국빈 만찬(한국시간 6일 오전 5~8시)에 한복을 입고 참석했다. 노 전 대통령 국빈방문 때는 꿩 수프, 연어 요리를 곁들인 가자미 필레, 새우·버섯을 곁들인 사슴고기 등이 메뉴였다. 스페인의 셰리주, 메독 최고의 와인으로 꼽히는 샤토 그뤼오 라로즈 상 줄리앙 1985년산 적포도주와 백포도주가 나왔다.
런던=신용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