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사람 : 김경동 15.07.25 08:20
From: "비항 조준호"
라면 이야기
9월 15일은 아주 소중한 날입니다.
나만 아니라 한국사람 모두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적어도 1963년 이후부터는 그렇습니다.
국경일이냐고요? 당연히 아닙니다.
6.25 전쟁에서 북한에 밀리던 한국군과 UN군이 극적인 북진 기회를 잡은
인천상륙작전 기념일이자
한국 라면에서 라면이 첫 선을 보인 날입니다.
라면, 라면이라 ..
한국사람 누구나 먹어봤고 저마다 추억이 있을 라면은,
정확하게 ‘인스턴트 라면’은 1963년 9월 15일 태어났습니다.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아 한국 사람들 모두가 힘들게 살아가던 1961년 어느 날,
삼양식품(주) 전중윤 사장은 남대문시장을 지나다
배고픈 사람들이 한 그릇에 5원 하는 꿀꿀이죽을 사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을 봅니다.
풍요의 시대를 살아온 요즘 젊은 세대는 꿀꿀이죽을 모릅니다.
나 역시 귀동냥으로 여러 가지 남은 음식을 죽처럼 끓여낸, 빈곤시대의 상징으로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전 사장은 고민을 했답니다.
‘저 사람들에게 싸고 배부른 음식을 먹게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 끝에 전 사장은 일본에서 라면을 제조하는 기술을 들여옵니다.
하지만 외화가 없고 국교가 단절됐던 때라 라면을 제조하는 시설을 들여오기는 하늘에 별따기였습니다.
정부가 가진 달러를 민간이 원화로 사던 시절,
한 라인에 6만 달러인 라면 제조시설을 수입하기엔 전 사장도 돈이 부족했고
가난한 정부도 옹색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전 사장은 당시 중앙정보부장이던 김종필(JP)씨를 찾아갑니다.
“국민들 배 곯리지 말자”는 전 사장의 호소에
5만 달러를 전 사장이 사도록 도와줍니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의 우정은 이후 오랜 세월 이어집니다.
신용장을 열고 전 사장이 일본으로 갔지만 일본의 반응은 냉담했답니다.
일본도 어렵던 시절, 라면 제조시설을 국교도 없는 한국에 선뜻 팔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여러 곳을 수소문하다 전 사장은 묘조(明星)식품의 오쿠이(奧井) 사장을 만나
한국의 식량 사정을 이야기하며 도와달라고 청합니다.
다음 날 대답을 들으러 다시 찾은 전 사장에게 오쿠이 사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 이야기를 듣고 많아 생각했다.
나는 한국에 가본 일이 없고 아직 국교정상화도 안됐지만 한국 전쟁이 일본 경제를 재건해준 셈이다.
당신들은 불행했지만 우리는 한국전쟁 덕분에 살아가고 있다.
내가 민간 베이스로 기술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시설도 싼 가격으로 제공하겠다.“
오쿠이 사장은 한 라인에 6만 달러라던 라면 제조시설을
두 라인에 2만 5000달러로 즉석에서 발주를 해주었다고 합니다.
면과 수프의 배합에 관한 일화도 있습니다.
전 사장은 일본 현지에서 라면제작의 전 공정을 배우지만
일본인 기술자들은 끝내 면과 수프의 배합 비율은 가르쳐주지 않더랍니다.
전 사장이 끝내 비율을 못 배우고 서울로 돌아오는 날,
오쿠이 사장은 비서실장을 시켜 공항에서 봉투 하나를 전 사장에게 전해줍니다.
비행기에서 뜯어보라는 그 봉투 안에는
기술자들이 펄펄 뛰며 비밀로 했던 면과 수프의 배합비율이 적혀 있었습니다.
가난하고 굶주렸던 국민들의 배를 채워줬던 라면은 이렇게 눈물겨운 사연을 안고
1963년 9월 15일 삼양 ‘치킨라면’이란 이름으로 태어났습니다.
당시 가격이 10원.
식당에서 김치찌개나 된장찌개가 30원이고
커피 한 잔이 35원이던 시절이니 저렴한 가격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어렵던 시절, 허기진 배를 채워줬던 ‘제2의 쌀’이던 라면은
이젠 ‘인스턴트 식품’이란 이름으로 구박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6.25의 결정적 전기를 마련했던 인천상륙작전과
국민들의 배를 채워준 라면이 선보인 9월 15일은
풍요로운 오늘, 다시 한 번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날입니다. ㅡ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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