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漢詩函

진달래꽃 -김 소 월|⊙....

bsk5865 2010. 9. 13. 21:58

  2010년 9월 13일 월요일, 06시 55분 33초 +0900
진달래꽃 -김 소 월|⊙....
瑞村. | http://cafe.daum.net/enkamom/95QK/2065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진달래꽃>(1924) -

 

  

                                               *****


 
이 시는 소월시의 정수(精髓)로, 이별의 슬픔을 인종(忍從)의 의지력으로 극복해 내는 여인을 시적 자아로 하여 전통적 정한(情恨)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이 정한의 세계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가시리>, <서경별곡(西京別曲)>, <아리랑>으로 계승되어 면면히 흘러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전통 정서와 그 맥을 같이한다.

 

간결한 시 형식 속에는 한 여인의 임을 향한 절절한 사랑과 헌신, 그리고 체념과 극기(克己)의 정신이 함께 용해되어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즉, 떠나는 임을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겠다는 동양적인 체념과, '나 보기가 역겨워' 떠나는 임이지만, 그를 위해 진달래꽃을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는 절대적 사랑, 임의 '가시는 걸음 걸음'이 꽃을 '사뿐히 즈려 밟'을 때, 이별의 슬픔을 도리어 축복으로 승화시키는 비애, 그리고 그 아픔을 겉으로 표출하지 않고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는 인고(忍苦) 등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이 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진달래꽃'이다.

 

이 '진달래꽃'은 단순히 '영변 약산'에 피어 있는 어느 꽃이 아니라, 헌신적인 사랑을 표상하기 위하여 선택된 시적 자아의 분신이다. 다시 말해, '진달래꽃'은 시적 자아의 아름답고 강렬한 사랑의 표상이요, 떠나는 임에 대한 원망과 슬픔이며, 끝까지 임에게 자신을 헌신하려는 정성과 순종의 상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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