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1일 토요일, 06시 35분 23초 +0900 |
초혼(招魂) 김 소 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었다.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여도
*****
'초혼'의 외치는 소리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공허감을 환기한다. 저승으로 뻗치는 사랑의 소리, 유계(幽界)까지를 현실화한 이 시의 주제는그리움이라 하겠다. 절절한 사랑에 애타게 그리워하다가 끝내 그 마음을 다하지 못해 절규하는 안타까움이 어떻게 정리되고 있는가를 알아본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혼(魂)이 몸을 떠나는 것이라는 믿음에 의거하여 떠난 혼을 불러들여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 내려는 간절한 소망이 의례화(儀禮化)된 것을 고복 의식(皐復儀式) 또는 초혼(招魂)이라 한다. 그 의식은 사람이 죽은 직후, 그가 생시에 입던 저고리를 왼손에 들고 지붕이나 마당에서 북쪽을 향해 죽은 이의 이름을 세 번 부르는 행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초혼은 죽은 이를 소생시키려는 의지를 표현한 '부름의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에는 '사랑하던 그 사람'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을 '이름이여'·'그 사람이여'·'부르노라'와 같은 호칭적 진술을 반복하는 부름의 형식을 통해 고복 의식을 투영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월의 시는 임을 떠나보낸 후의 상실감·비탄감을 체념적·수동적 어조로 분출해 내는 나약함을 지니고 있는 것에 반해, 이 작품은 격정적이고 능동적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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