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에 있는 하우스텐보스는 우리에게도 무척 잘 알려진 테마파크입니다.
일본이 도쿠가와 막부이후 유일하게 받아들인 서양무역상대국이었던 네델란드를 그대로 재현한 곳으로 일본에서 완벽한 네델란드의 거리를 걸을 수 있는 이색적인 곳이죠.
풍차나 아름다운 궁전, 여러 전시시설도 있지만, 제가 가장 가고싶었던 곳은 따로 있었습니다..
하우스텐보스 좀 구석진 곳에 위치한 포세린 뮤지엄, 즉 도자기 박물관입니다..
입구도 그리 화려하지 않고 흥미를 끄는 곳도 아니어서 많은 분들이 그냥 지나치는 곳 중의 하나죠.
저도 하우스텐보스에 이런 곳이 있는지는 전혀 모르다가 예전 KBS에서 방영한 도자기라는 다큐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에도막부시절 은과 함께 일본의 수출품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하게 한 도자기의 수출항이었던 나가사키.
그래서 일본의 도자기를 서양으로 실어나른 네델란드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수 밖에 없죠.
도자기라는 다큐를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명청교체기 중국의 정덕진이 파괴되면서 도자기 수입길이 막힌 서양에 새로운 도자기 무역상대국으로 등장한 것이 일본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잘 알려진 조선도공들에 의해 시작된 일본의 자기산업은 이런 국제적인 관계속에서 급속히 발달하게 되었고, 결국 종주국 중국을 따돌리고 세계적인 도자기생산국이 됩니다..
처음에는 중국의 자기를 모방한 청화백자가 주류를 이루다가 나중에는 화려한 채색자기인 가케몽자기까지 발전하게 되죠..
그래서 하우스텐보스에 자기박물관이 마련된 것은 어떻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제일 유명한 전시품이 네델란드와 관련이 없다는게 살짝 아이러니한 점이죠..ㅎㅎ
완전히 자기로 방의 사방을 도배한 화려한 방으로 인도됩니다.
즉 자기의 방입니다..
여백을 싫어하는 서양인답게 천장밑까지 화려한 장식과 올려진 자기로 눈이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접시와 항아리모양 자기로 이렇게 빽빽하게 장식한 모습에서 당시 중국자기에 대한 서양의 동경을 살필 수 있습니다..
사실 이곳은 서양의 한 궁전의 방을 그대로 재현한 곳입니다..
네델란드가 아닌 독일의 궁전이죠^^
독일 베를린 서부에 있는 샤로텐부르크 궁에 있는 자기의 방을 그대로 복원한 것인데, 원래는 1706년에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최대의 사치품이었던 중국자기는 유럽 특권계급의 상징이었고, 그것을 수집하는 데 각국의 왕실과 귀족은 돈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 자신의 부와 문화적 소양을 과시하려듯 자기만을 모은 방들이 유럽 각국의 궁에 만들어지는데, 가장 유명한 곳이 샤로텐부르크의 이 방이었죠.
특히 독일이 가장 이런 문화에 왕성해서 프로이센이나 작센등 독일 전역의 궁에 크건 작건 자기방을 만들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이곳 외에 지금은 사라진 베를린궁과 포츠담궁, 드레스덴의 츠빙거궁입니다..
이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2차대전의 폭격으로 인해 재가 되어 버려 사라지게 되었지만, 샤로텐부르크의 자기방은 현재 예전 그대로 복원되어 있습니다.
샤로텐부르크의 자기방도 1943년 베를린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되었고, 복원된 것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였습니다..
베를린의 대부분의 건물들이 2차대전때 거의 잿더미가 되었고, 샤로텐부르크 궁도 정말 많이 불태워졌습니다.
이보다 덜 파괴되었던 베를린궁, 즉 프로이센 왕국의 정궁은 동독정부에 의해 폭파되었죠..
봉건주의의 상징으로요..;;
베를린궁의 자기방은 갤러리라고 할 만큼 회랑을 따라서 길게 자기가 늘어서고 응접실로 활용되었습니다..
전쟁이 참 문화적으로는 많은 피해를 주는 건 확실하지만, 또 정치체제의 선전을 위해 궁전을 폭파하고 철거한 동독정부도 참 이해를 못할 지경입니다..
아직 베를린을 가지못해 실물을 보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하우스텐보스에서 재현을 보는것도 크게 감동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한때 유럽을 풍미하던 중국자기와 중국문화붐을 이렇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도 도자기인형을 만들었네요..
전 독일은 마이센에서만 도자기 인형을 만든줄 알았는데..일본도 무척 역사가 오래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화려하게 꽃피운 일본의 자기문화와 임란이후 쇠락으로 치닫던 우리나라의 실정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타의로 인해 일본에서 자기문화를 시작한 우리의 도공들이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천대받던 하층민이었죠..
하다못해 이름도 못알리고 그 많은 도공들이 스러져갔지만, 일본에서는 이삼평이라는 인물은 거의 신으로까지 추앙되고 있습니다...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배려가 없을때는 언제나 쇠퇴할 수 있다는 걸 말해줍니다...
화려함의 극치의 자기네요..
다양한 색채와 금박으로 더욱 화려하게 꾸민 채색자기로 서양의 기호에 맞춰 제작된 자기로 보이네요..
유럽에서 자기가 생산되면서 일본의 자기수출도 막히게 됩니다..
서양의 것을 모방하고 그림을 그려넣었지만 결국 직접 자신의 문화를 표현한 서양자기에 당할 수가 없었죠..
박물관을 나오면 여지없이 이렇게 판매점으로 이어집니다...
가격은 물론 후덜덜입니다..ㅎㅎ
대부분 근방에서 제작된 아리타자기가 대부분인데..수제작이어서 그런지 무척 고가로 거래되고 있더군요..
제 맘을 끈 것은 무척 굵은 손잡이를 가지 이 머그였습니다..ㅎㅎ
손잡이에는 정말 작은 벚꽃이 그려져 있어 단순하면서도 나름 화려함을 갖췄죠..
가격은 만엔이 넘어가네요..;;;
전 2007년 봄에 다녀온 것인데 검색해보니 현재는 없는것 같습니다..
아니면 별로 인기가 없어 누락되어 있는지 모르겠네요..
일단은 홈페이지에서 사라진 것 같네요...
정말 없어졌다면 무척 아쉬울 것 같습니다...
'日本風物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의 시라가와고 마을 (Shirakawa-Go 白川鄕) (上)| (0) | 2011.05.23 |
---|---|
큐슈 첫경험 (하우스텐보스 Huis Ten Bosch)| (0) | 2011.05.13 |
(湯布院)]: 日本 傳統마을과 야마나미 牧場 國外 旅行 스케치 (0) | 2011.05.13 |
日本 九州 別府 溫泉 (0) | 2011.05.03 |
日本 山口縣 하기(萩)시에 가보려는 理由 (0) | 2011.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