傳說野談函

[野談] 거지에게 온정을 베푼 어사 박문수

bsk5865 2012. 7. 1. 21:40

보낸사람 : 이정기 12.07.01 15:53

 

거지에게 온정을 베푼 어사 박문수

                                                                                                                                          


암행 어사   박문수가 거지 꼴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민정을 살피고  탐관 오리들을  벌 주던 때였다.

하루는 날이 저물어서 주막에 들었는데,
 
봉놋방에 턱 들어가 보니
웬 거지가 큰 대자로 퍼지르고 누워 있었다.
사람이 들어와도 본 체 만 체,
 
밥상이 들어와도 그대로 누워 있었다.
“거, 댁은 저녁 밥을 드셨수?”

“아, 돈이 있어야 밥을 사 먹지.”
그래서 밥을 한 상 더 시켜다 
주었다.
 
그 이튿날 아침에도 밥을 한 상 더 시켜다주니까
거지가 먹고 나서 말을 꺼냈다. 
“보아하니 댁도 거지고 나도 거진데, 
이럴게 아니라 같이 다니면서 빌어먹는 게 어떻소?”

박문수도 영락없는 거지 꼴이니 그런 말 할만도 하다.

그래서 그 날부터 둘이 같이 다녔다.


01. 세 사람 살려주고 사례로 받은 백 냥



제법 큰 동네로 들어서니 마침 소나기가 막 쏟아졌다.

 그러자 거지는 박문수를 데리고

그 동네에서 제일 큰 기왓집으 썩 들어갔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한다는 말이
“지금 이 댁 식구 세 사람 숨이 위태롭게 됐으니
잔말 말고 나 시키는 대로만 하시오.
지금 당장 마당에 멍석 깔고 머리 풀고 곡을 하시오.”


안 그러면 세 사람이 죽는다고 하니 시키는 대로 했다.

그 때 이 집 남편은 머슴 둘을 데리고
 
뒷산에 나무 베러 가 있었다.
 
어머니가 나이 아흔이라
미리 관목이나 장만해 놓으려고 간 것이다.
 
나무를 베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오자 비를 피한다고 큰 바위 밑에 들어갔다.
그 때 저 아래서 ‘아이고 아이고’ 곡소리가 들려왔다.
“이크,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셨나 보다.
얘들아, 어서 내려가자.”

머슴 둘을 데리고 부리나케 내려오는데
뒤에서 바위가 쿵 하고 무너져 내렸다.

간발의 차이로 위험을 모면하고 내려온 남편은

전후 사정을 듣고 
거지한데 절을 열두 번도 더 했다.

“우리 세 사람 목숨을 살려 주셨으니
무엇으로 보답하면 좋겠소?  
내 재산을 다 달란대도 내놓으리다.”

“아, 정 그러면 돈 백 냥만 주구려.”
그래서 돈 백 냥을 받았다.
 받아서는 대뜸 박문수를 주는 게 아닌가.

“이거 잘 간수해 두오. 앞으로 쓸데가 있을 테니.”

박문수가 가만히 보니 이 거지가 예사 사람이 아니었다.
시키는 대로 돈 백 냥을 받아서 속주머니에 잘 넣어 두었다.

02. 7 대독자 구해주고 사례로 받은 백 냥

며칠 지나서 어떤 마을에 가게 됐다.
 
그 동네  큰 기와집에서 온 식구가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거지가 박문수를 데리고 그 집으로 쑥 들어갔다.

“이 댁에 무슨 일이 있기에 이리 슬피 우시오?”
“우리 집에 7 대 독자 귀한 아들이 있는데,

이 아이가 병이 들어 다 죽어가니 어찌 안 울겠소?”
“어디 내가 한 번 봅시다.”

그러더니 병 든 아이가 누워 있는 곳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사랑채로 들어가선 주인에게 말했다.

“아이 손목에 실을 매어 가지고 그 끄트머리를 가져오시오.”

미덥지 않았으나

주인은 아이 손목에다 실을 매어 가지고 왔다. 
거지가 실 끄트머리를 한 번 만져 보더니
 
“뭐 별것도 아니구나.  거 바람벽에서 흙을 한줌 떼어 오시오.”

바람벽에 붙은 흙을 한줌 떼어다주니
동글동글하게 환약 세개를 지었다.
 주인이 약을 받아 아이한테 먹이니
죽어가던 아이가 말짱해 졌다.
주인이 그만 감복을 해서 절을 열두 번도 더 했다.

 “7 대독자 귀한 아들 목숨을 살려 주셨으니
내 재산을  란대도 드리리다.”
“아, 그런 건 필요 없고 돈 백 냥만 주구려.”

이렇게 해서 또 백 냥을 받아 가지고는 다시 박문수를 주었다.

“잘 간수해 두오. 앞으로 쓸데가 있을 거요.”

 
03. 묘자리 봐주고 사례로 받은 백 냥

며칠 가다가 보니 큰 산 밑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웬 행세 깨나 하는 집에서 장사 지내는 것 같았다. 
기웃기웃 구경하고 다니더니
마침 하관을 끝내고 봉분을 짓는  가서
“에이, 거 송장도 없는 무덤에다 무슨 짓을 해 ?” 
하고 마구 소리를 쳤다.
 
일하던 사람들이 들어보니 기가 막혔다.

“네 이놈, 그게 무슨 방정맞은 소리냐? 
이 무덤 속에 송장이
있으면 어떡할 테냐?”
“아, 그럼 내 목을 베시오.
그렇지만 내 말이 맞으면 돈 백냥 내놓으시오.”

일꾼들이 달려들어 무덤을 파헤쳐 보니,
참 귀신이 곡할 노릇으로
과연 방금 묻은 관이 사라지고 없었다.

“내가 그걸 찾아 주려고 온 사람이오.
염려 말고 북쪽으로 아홉자 아홉치 떨어진 곳을 파보시오.”
 
그 곳을 파 보니, 아닌게 아니라 거기에 관이 턱 묻혀 있었다.
 
“여기가 명당은 천하 명당인데 도둑혈이라서 그렇소.
지금 묻혀 있는 곳에 무덤을 쓰면 복 받을 거요.”

이렇게 해서 무사히 장사를 지내고 나니,
상주들이 고맙다고 절을 열두 번도 더 했다.

“명당 자리를 보아 주셨으니
우리 재산을 다 달란대도  놓겠습니다." 
“아, 그런 건 필요 없으니  돈 백 냥만 주구려.”
 
그래서 또 돈 백냥을 받았다.
받아 가지고는 또 박문수를 주었다.
 
“이것도 잘 간수해 두오. 반드시 쓸데가 있을 거요.”


 

04. 백일 정성 끝에 마련된 삼백 냥
 
그리고 나서 또 가는데,
거기는 산중이라서 한참을 가도 사람사는 마을이 없었다.
그런 산중에서 갑자기 거지가 말을 꺼냈다.
 
“자, 이제 우리는 여기서 그만 헤어져야 되겠소.” 
“아, 이 산중에서 헤어지면 나는 어떡하란 말이오?”
“염려 말고 이 길로 쭉 올라가시오.
 가다가 보면 사람을 만나 될 거요.”
그러고는 연기같이 사라졌다.

꼬불꼬불한 고갯길을 한참 동안 올라가니
고갯마루에 장승나가 떡 버티고 서 있었다.
그 앞에서 웬 처녀가 물을 한 그릇 떠다놓고 빌고 있었다.

“장승님 장승님, 영험하신 장승님.
우리 아버지 백일 정성도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한시 바삐 제 아버지를 살려 줍시오.
비나이다.  비나이다.”
박문수가 무슨 일로 이렇게 비느냐고 물어보니...
처녀가 울면서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관청에서 일하는 아전이온데,
나랏돈 삼백 냥을 잃어버렸습니다.
내일까지 돈 삼백 냥을 관청에 갖다 바치지 않으면
 아버지 목을 벤다는데,
돈을 구할 길이 없어 여기서 백일 정성을 드리는 중입니다.”

박문수는 거지가 마련해 준 돈 삼백냥이 떠올랐다.

 

반드시 쓸데가 있으리라 하더니
이를 두고 한 말이로구나 생각했다.
돈 삼백 냥을 꺼내어 처녀한테 건네 주었다.
 
“자, 아무 염려 말고 이것으로 아버지 목숨을 구하시오.”
렇게 해서 억울한 목숨을 구하게 됐다.
 
그런데 그 처녀가 빌던 장승이 비록 나무로 만든 것이지마는 
가만히 살펴보니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아까까지 같이 다니던
 그 거지 얼굴을 쏙 빼다 박은 게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