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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元亨利貞은 天道之常' '仁義禮智는 人性之綱' 최덕현 논설위원
올해 추석연휴를 보내고 주말에 오랫동안 정을 들이고 살아온 전주 아중리에서 첨단산업단지가 자리하고 있는 완주군 봉동읍 둔산리의 한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됐다.
두 딸은 출가하고, 늦둥이 아들은 대전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어, 큰 아파트에 둘이 살고 있는데 진즉부터 조금 자그마한 아파트로 옮겨 볼까하고 생각해오던 차에 마침 28평짜리 아파트를 지어놓고 분양하는 데가 있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부랴부랴 매각하고 시골행을 결행하게 됐다.
사실 생활하기에 아중리 만큼 편리한 곳도 전주시내에서 드물다. 집만 나서면 밥집, 찻집, 술집이 즐비해 외식이나 모임하기 좋고, 인근에 기린봉이 있고 기린봉 자락에 대규모 체련공원이 있어 주민에게 상쾌한 쉼터를 제공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아중리에 살면서 마침 초등학교 동창 2명이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 한 달이면 서너 번 만나 삼겹살도 굽고 순대국도 먹으면서 우정을 나누었는데 앞으로는 그렇게 자주 만나지 못할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처음에 덜렁 계약을 해 놓고는 '정말 잘하는 일인가' 하고 후회도 했던 게 사실이지만 막상 이사 갈 날이 다가오면서 괜찮은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해졌다. 지난 일요일에는 아내 직장에서 이사 갈 아파트까지 시내버스 투어를 했다. 여러 코스의 시내버스 종점이어서 이용이 아주 편리하게 돼 있어 전주에서 모임이 잦은 우리 내외에게는 그런 날이면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아무 불편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 날이 정해진 이후로 어지간한 것은 미련 없이 버리고 짐을 슬림하게 이사를 가기위해 앞뒤 베란다에 가득 쌓여 있던 세월의 흔적들을 하나 둘 내다 버리고 있는데 짐이 좀처럼 줄지 않아 걱정스럽다.
짐을 정리하다가 아내가 벽에 거는 것을 싫어해 한쪽 구석에서 천대를 받던 액자를 정리하던 중 주재기자 시절 지인이 선물해 준 '元亨利貞 天道之常 仁義禮智 人性之綱'이라는 글귀가 쓰여진 액자를 발견하고 이번에 이사 가서는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내 방에 걸어두고 좌우명으로 삼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액자에 쌓여있는 먼지를 털어내면서 글귀를 오랜만에 다시한번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졌다.
'원형이정은 천도지상(元亨利貞은 天道之常)'이라는 글귀는 소학에 나오는 말이다. 소학은 부모님에 대한 효도, 형제간의 우애, 친구간의 우정, 스승 섬기기, 바람직한 대인관계 등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추기 위한 기본적인 행동철학이 담겨져 있는 고전이다.
원(元)은 봄이 되면 싹이 트고, 형(亨)은 여름이 되어 성장하고, 이(利)는 가을이면 수확하고, 정(貞)은 겨울이면 갈무리하는 4계절의 순환을 가리키고, '천도지상'은 항상 변하지 않는 하늘의 도(道)를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의예지(仁義禮智)란 인간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네가지 덕(德) 곧 '어짊과 의로움과 예의와 지혜'를 말한다. 이를 흔히 사덕(四德)이라고도 한다. 인(仁)은 만물을 생성하는 봄의 덕성이며, 의(義)는 만물을 결실하는 가을의 덕성이며, 예(禮)는 여름, 지(智)는 겨울의 덕성에 해당한다고 한다.
맹자는 인간은 인의예지의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다. 맹자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의예지의 4가지 착한 본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불쌍한 사람을 보고 측은한 마음을 갖는 것은 인간에게 인의 착한 본성이 있다는 증거다. (惻隱之心 仁之端也), 부끄러워 할 줄 아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인간에게 의의 착한 본성이 있다는 증거다. (羞惡之心 義之端也), 아무리 배가 고파도 남에게 먼저 사양할 줄 아는 마음이 있는 것은 인간에게 예의 착한 본성이 있다는 증거다. (辭讓之心 禮之端也), 옳고 그른 것을 가릴 줄 아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인간에게 지의 착한 본성이 있다는 것이다. (是非之心 智之端也)'
결국 측은한 마음, 부끄러워 할 줄 아는 마음, 사양할 줄 아는 마음, 옳음을 구별할 줄 아는 마음이 인간의 착한 본성이라는 것이다.
내 나이도 어느새 60대 중반으로 치닫고 있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평온이 가득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元亨利貞 天道之常 仁義禮智 人性之綱'을 몸소 실천하는 기회가 될 시골생활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레이는 마음이다.
http://mjbnews.com/sub_read.html?section=sc7&uid=80151 전북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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