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6.24 03:00
[무수단 발사 성공]
83도로 1413㎞ 올라간 무수단… 32도로 쏘면 괌 타격
통제 힘든 비정상적 고각으로 우주까지 갔다 예상 해역 낙하
ICBM 개발 급진전될 가능성… 美 "극악무도한 행위" 맹비난
전문가들 "고각 발사는 고난도… 北 미사일 기술에 상당한 진전"
괌 기지는 美공군의 전략 거점, 유사시 한반도 증원 차질 우려
"核장착땐 美도 쉽게 못움직여"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은 23일 "전략 탄도로케트 '화성-10' 시험 발사를 성공했다"며 "시험 발사는 고각(高角) 발사 체제로 진행돼 최대 정점 고도 1413.6㎞까지 상승 비행, 400㎞ 전방의 예정된 목표 수역에 정확히 낙탄되었다"고 발표했다. '화성-10'은 전날 발사된 '무수단 미사일'의 북한식 명칭이다.
이에 대해 우리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이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이룬 셈"이라고 했다. 조시 어니스트 미 백악관 대변인은 "국제적 의무를 어긴 극악무도한(flagrant) 위반 행위"라고 비난했다.
◇최소 사거리 이내 고각(高角) 발사는 고난도 기술
수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일정 고도에 도달하면 45도 안팎의 각도로 날아 올라간 이후 각도를 더 낮춰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비행한다. 물리학적으로 계산하면 진공 수평 상태에선 45도 각도로 물건을 쏘아 올릴 때 가장 멀리 날아간다. 그러나 지구 표면이 곡면(曲面)이고 공기저항도 있기 때문에 중장거리 미사일은 45도보다 낮은 각도로 쏘는 것이 가장 멀리 날아간다. 이런 이유 때문에 중거리 미사일은 비행 각도 30~35도 정도로 발사한다.

그러나 관계 당국의 시뮬레이션(모의실험)에 따르면 이번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은 직각에 가까운 83도로 날아 올라간 것으로 분석됐다. 가파른 각도로 대기권(고도 100㎞)을 벗어나 1413㎞ 고도의 우주 공간까지 올라갔다가 급격히 낙하하며 원산에서 400㎞ 거리인 동해 상에 떨어진 것이다. 이번처럼 각도를 비정상적으로 높여 발사하면 목표 낙하지점을 벗어나는, 즉 오발 위험이 커진다.
고각으로 발사된 미사일이 대기권을 벗어난 뒤 통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엉뚱한 곳에 떨어질 수 있다. 북한은 원산에서 2~3시 방향(동쪽)으로
무수단을 쐈는데, 잘못되면 북한 본토나 일본 쪽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고각 발사에 따른 리스크(위험)를 감수하고 성과를 거둔 것이 놀랍다"고 했다.

◇ICBM 개발도 급진전 가능성
북한이 무수단 개발에 큰 진전을 달성함에 따라 유사시 미군의 한반도 증원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무수단이 겨냥하는 미군 괌 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B-2 스텔스 폭격기, B-52 폭격기 등이 출동하는 전략 거점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가 B-2 폭격기다. B-2는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고 지하 60m를 관통하는 강력한 '벙커버스터(GBU-57)'로 김정은 지하 벙커 등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다. 장거리 고고도 무인 전략 정찰기인 '글로벌호크'도 괌에서 한반도로 출동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