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7천억 날리고 이렇게 얼렁뚱땅 폐쇄할 수 없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손실 비용 수천억원을 국민이 낸 전기료로 조성된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으로 충당한다는 것이 산업통상자원부 설명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이란 국민이 매달 내는 전기료 가운데 3.7%씩 떼어 조성한 돈이다. 안정적 전력 공급과 전력산업 연구개발 등에 쓰도록 돼 있다. 원래 용도가 있는 돈을 다른 곳에, 사실상 반대 용도로 돌려 쓰는 것이다.
월성 1호기만 아니다. 신규 원전 백지화 조치로 천지 1·2호, 대진 1·2호기 등의 부지 매입비 등으로 투입된 직접 비용만 1000억원대다. 신규 원전에는 피동보조급수 기능을 붙인 'APR+'라는 신형 원자로를 장착할 예정이었는데 이 기술 개발에 8년간 2350억원이 들었다. 이 돈도 허공으로 날아갔다.
지난 15일 한국수력원자력은 이사회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백지화를 의결하면서 '월성 1호기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를 댔다. 탈원전은 안전 문제 때문으로 알고 있었는데 엉뚱하게 경제성 문제라고 한다.
당시 일부 이사가 경제성 평가 자료를 보자고 했지만 한수원은 내주지 않았다고 한다. 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원자력 전기는 건설 등 초기 투자비가 발전 단가의 55%를 차지하는 원가 구조다.
월성 1호기는 원래 2012년까지이던 수명을 2022년까지 10년 연장하기 위해 7000억원을 들여 보수해 새 원전이나 다름없게 만들었다.
앞으로는 운영비와 연료비만 대면 전력을 생산해낼 수 있다. 원자력 전기는 2015년 기준 ㎾h당 연료비가 5.58원으로 LNG 전기(106.75원)의 19분의 1밖에 안 된다.
경제성 평가를 하면 당연히 경제성이 충분한 것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경제성이 없다고 한다. 억지와 막무가내에도 정도가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경제적 자살(自殺) 행위다. 한전은 당장 2분기 연속 영업 손실을 냈고 6개월 만에 7조원의 부채가 늘어났다.
한수원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영국 등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려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없애버리기 위해 온갖 억지를 남발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라고 홍보하고 있으니 누가 믿어주느냐에 앞서 한 국가가 할 도리가 아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6년 자료를 보면 원전 운영·건설은 연간 9만2000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다. 가족까지 수십만명의 안정적 생계를 정부가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탈원전으로 전기 요금이 올라가면 가장 먼저 고통 받는 사람들은 가계비 중 에너지비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이 될 것이다. 나중 북한 경제개발을 우리가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됐을 때 원전 없이 무슨 발전소를 갖고 전기를 댈 것인가.
탈원전 정책이 지속되면 신기술 개발도 이뤄지지 않고, 부품 공급망은 해체되고, 원자력을 공부할 후속세대 육성도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기존 원전의 안전성도 위협받게 된다.
수십년간 심각한 고장 한 번 일으킨 적 없는 원전을 두고 안전하지 않다고 강변하며 무리하게 하고 있는 일들이 결국은 멀쩡한 원전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해(自害) 행위가 정부 내 반(反)원전 진영의 도그마 같은 확신에서 비롯되고 있다. 극소수에 불과한 그들이 모든 권력을 쥐고 있다.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할 때는 정부가 공론화(公論化)라는 방법을 썼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탈원전 논리가 제시됐고, 설명을 들은 시민참여단은 신고리 5·6호기를 계속 짓자는 결정을 내렸다.
월성 1호기 폐쇄와 신규 원전 백지화는 신고리 5·6호기 건설보다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얼마든지 돌려서 싸고 질 좋은 전기를 제공할 수 있는 멀쩡한 원전을 없애는 것이다. 그 결과 막대한 부담이 국민에게 직접 돌아가게 되었다.
폐쇄 이유로 든 '경제성'은 억지로 만들어낸 핑계란 사실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 중대한 문제에 정부가 나서 경제성 주장을 이해할 수 있게 다시 하든, 다른 이유를 대든 무슨 설명을 해야 한다.
지지율 높다고 다 깔아뭉개도 된다는 건가. 국민에게 설명할 자신도 논리도 없는 정책을 오기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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