回顧輯草案

아버지는 어떤 어른이었을까?

bsk5865 2021. 9. 26. 06:01

아버지는 어떤 어른이었을까?

 

새월이 흐르고 늙어 보니 옛일들도 하나 둘씩 읻혀져감은 자연적인 현상이리라...

먼저 가신 형들은 많이 기억하고 계셨을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었던것 같다. 들었다고 해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여기 몇가지

이야기들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을 더듬어 본 것이다. 너무 주관적으로 흐른

감도 있으나 이것이라도 남겨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훗날 우리 선대는 이런 생각과 모습으로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살았고 지금과 비

교하면 이해할 수 없는 삶이 된것도 있지만 그래도 오늘날 우리를 있게한 어른들의

이야기란 점에서 들어 보기 어려운 소중한 내것이 될것이라고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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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는 어떤 어른이셨나?" 고  묻는다면

 

 

한마디로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반대어로 외강내유(外剛內柔)의 어른이셨다.

엄격 근엄한 자세를 잃지 안으셨고 흐트러진 모습을 본 기억도 없다.

집에 계실때는 맨머리가 아닌 '탕건'을 늘 쓰고 계셨다. 농번기 외엔 맨발을 볼

수 없었고 늘 버선을 신으셨다. 그때 고무신이 있었으나 그것을 출타하실때 신은

모습은 못 봤다.

 

일제시 삭발이 일상화 됐지만 아버지는 지금과 같이 긴머리 모양으로 일관했으며

집에 이발기구가 준비되어 있어 큰형님이 평생 깎아드렸었다.

출타하실때 모슴은 의관 갖추시고 두루마기 차림....손에 든 것은 긴 담뱃대....신은

주로 '미틀이'를 신으셨고 삼(麻)으로 손수 만들어 신기도 하셨다. 그 신을 신으려면

꼭 버선을 신으셔야 했고, 코고무신을 닮은 '가죽신'이 있었는데 아끼는 외출용이었

고 바닥에 '진'이 박혀 있어 걸으면 소리가 났다.

옷은 평생 한복만 입으셨다.

 

제례때는 꼭 도포를 입으셨고 엄숙한 부위기에 젖어 들게 했으며 그때 피우던 향은

주로 '울향'을 썼는데 지금도 그때 피우던 향내를 알것 같다.

 

약주는 즐기셨지만 절주를 하셨고 담배도 즐기셨다. 담뱃대에 담아 피우시던 희연

(禧煙), 장수연(長壽煙)을 애용했다.

5일 마다 열리는 시장은 20리 길을 걸어 내왕하는 봉화(그때는 내성)장을 이용했다.

생활용품을 대개 여기서 조달했으며, 만남의 약속도 거의 장날을 이용했다.

늦게 돌아 오시는날엔 동구 밖까지 형들이 마중을 나갔고 우리는 오시는것 보고 인사

드리고 잠자리에 들곤했다.

 

왕골을 논 귀사리에 심어 그 껍질과 속대를 이용 방에 깔 자리를 마루에서 메고 계시

는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내가 아주 어릴때 천자문을 읽었는데 자리 메는 고드

랫돌 소리 때문에 아버지가 이르는 말을 못 알아 들어 혼이 난 기억이 있다.

이 왕골 껍질을 가늘게 나누어 건조시켜  '초석'이란 자리를 치고 그 날줄인 '노'는 삼

으로 꼬는데 모두 아버지가 맡아 하시던 일이었다. 높은 곳에 걸고리를 고정시켜 노를

꽈 걸어당기면 내려 오도록 해 놓고 '탕건' 쓰시고 앉은채 노를 꼬고 계시던 모습도

눈에 선하다.

뒷집에 사셨던 성곡할배 (아버지 재종숙, 경서 증조부)도 자주 오셔서 긴담뱃대에 불을

붙혀 담배 연기를 길게 내품으며 긴 수염을 쓰다듬던 모습도 같이.........

 

이렇게 방에 자리를 깔고 살았던 시절에 자리 만드는 일은 여가 있을때 마다 하셨으니

그 여가를 선용한 작품을 명절이나 특별한 일이 있으면 이를 기화로 새로 깔아주곤 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그 흔한 사진  한장 전해지는 것이 없는 현실이 부그러워진다. 그러나

앞으로 이어질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살펴보고 마음 속으로라도 엄하셨던 모습과 또 그

시대에 존경 받으면서 가정과 문중(門中)을 이끌었던 어른으로서 통솔자로서 그 실상(實像)

을 그려 각인(刻印)해 보면 어떨까? 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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