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漢詩函

산 유 화 -김소월

bsk5865 2010. 9. 8. 09:39

  2010년 9월 08일 수요일, 06시 08분 46초 +0900
산 유 화 -김소월|⊙.
瑞村. |http://cafe.daum.net/enkamom/95QK/2013 


 

  

 

           산 유 화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山에

山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 <진달래꽃>(1924) -

 

                                        *****

  이 시는 제1연과 제4연에서 계절의 변화에 따라 꽃이 피고 지는 단순한 사실과 시의 배경을 제시하고 있을 뿐, 시 해석상의 특별한 단서를 보여 주지는 않는다. 소월의 다른 시와는 달리 감정과 언어를 절제함으로써 쉽사리 의미의 장이 열려지지 않는 작품이기도 하다.

계절의 순환을 안고 있는 산 속에서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꽃과, 꽃이 좋아서 산에서 사는 새는 되풀이되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단 한번도 새로운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채 절대고독의 그늘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극도의 절제된 언어로써 고독의 절규를 감추며 자연 현상을 관조적으로 읊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삶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사색의 태도와 깊이를 더하게 한다.

이렇게 꽃도 새도 사람도 외로운 세계에서도 모든 사물은 주어진 삶을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이 세상 안에서 모든 사람, 모든 사물이 다 외로운 대로 쓸쓸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이것이 이 작품에 깃들이어 있는 은밀한 주제이다.

 

                                                                                   소담엔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