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漢詩函

'보리피리' '봄' -한하운|⊙...

bsk5865 2010. 12. 27. 09:50

  2010년 12월 27일 월요일, 06시 41분 39초 +0900

 '보리피리' '봄' -한하운|⊙...

瑞村. |  http://cafe.daum.net/enkamom/95QK/3634 





보리피리 

           - 한하운  
                                       

보리 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 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릴 때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 피리 불며
인환(人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 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피ㄹ 닐리리.

 

                                        ***

 

 



                 - 한하운


제일 먼저 누구의 이름으로
이 좁은 지역에도 한 포기의 꽃을 피웠더냐.

하늘이 부끄러워
민들레 이른 봄이 부끄러워

새로는 돋을 수 없는 빨간 모가지
땅 속에서 옴돗듯 치미는 모가지가 부끄러워

버들가지 철철 늘어진 초록빛 계절 앞에서
겨웁도록 울다 가는 청춘이요 눈물이요.

그래도 살고 싶은 것은 살고 싶은 것은
한번 밖에 없는 자살을 아끼는 것이지요.

 

 

                                        *****

 

 

그의 연표를 살펴보면 “문둥이”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그래서 시인 한하운은 “문둥이 시인”, “天刑의 시인”으로 우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의 드라마틱한 생애에 초점이 맞추어진 나머지 시인의 시세계를 개인사의 문제로만 해석하고자 하는 경향들로 인해 지금까지 한하운의 시에 대한 조망이 면밀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그의 삶뿐만 아니라 시세계까지도 어쩌면 “문둥이 시인”이라는 일종의 고착화된 고유명사 아래 소외되어 왔는지도 모른다.

 

그의 예들을 살펴보면 한하운의 시는 다음과 같은 기막힌 특징이 있다.   ‘그의 시 작품은 그가 어떠한 환경, 어떠한 조건 위에서 토로하였든 간에 인간 생명의 원초적 몸부림과 삶의 비극성을 가혹할 정도로 극명하고 처절하게 표현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정서에 충격적인 감동을 느끼게 한다. 물론 한하운 시의 충격의 진원이 그 시인의 예술적 재능과 함게 개인의 숙명적 비극에 유래한 즉, 천형이 나환자라는 사유에서 비롯된 것임도 사실이기는 하지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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