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の秋-石原裕次郎 作詞 萩原四朗 作曲 野崎眞一
一 秋が匂う この湖の水底に 金色の魚が 棲んでいるとか 恋も知らず 陽の目も見ずに 寂しかないか 目の無い魚よ
二 花も散るし 灯りもうるむ人の世に 生まれては見たが 独りぼっちさ 親も知らず 身寄りもなしに かいなく昏れる 旅路の秋さ
三 命かけた ほんとの恋も片思い 俺だけが窃っと 泣いてきたのさ 人の住まぬ やさしい国へ 行きたくなった 男の秋さ
환경 친화적 일본 일본인 남편과 아이 셋,다문화 가정의 안주인이 들려주는 생생한 일본 이야기.
저는 동네 100엔 숍에 내년 달력이 등장하면‘아,올해도 다 지나갔구나.’라는 생각을 하는데 여러분은 언제 한 해가 저물어가는 것을 실감하시나요? 일본어로‘눈 깜짝할 새’는‘あっと言う問 (앗! 하고 말하는 순간)’라고 하는데 정말 눈 깜짝할 새 12월이 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여러분이 12월호를 펼쳐보고 계실 때쯤이면 일본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다사다난했던 2014년을 돌아 보는 프로그램들이 방송되겠죠.
한 해를 마무리하며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했는데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는 그 동안 잘 정리해 주었으니 저는 연말연시와 전혀 상관 없는 일본의 벌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일본의 서점에 가보면 자연 도감이나 곤충 관련 책이 무척 많아서 신기했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일본에서 살다 보면 어째서 그렇게 곤충 관련 책이 많고 완성도가 뛰어난지 절로 알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여름에 덥고 습도가 높은 일본 날씨의 특성상 벌레와의 공생 과 퇴치는 마치 동전의 앞 뒷면 같은 관계인데 일상생활 에서 벌레를 접할 기회가 많은 만큼 적(?)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거죠.
우선 벌레(편의상 곤충도 모두 벌레라 부르겠습니다)를 크게 몇 가지로 나누어 보면 집 안의 벌레와 집 밖의 벌레,귀여운 벌레와 비명이 절로 나오는 징그러운 벌레,잡으면 안 되는 벌레와 잡아야 히는 벌레, 마지막으 로 한국에는 없고 일본에만 있는 벌레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집 밖에 사는 벌레 중 가장먼저 소개하고 싶은 것은 배로 우리나라에서‘공 벌레’라고 부르는‘단고무시(ダンゴムシ)’입니다. 톡 건드리면 몸을‘경단(ダンゴ)’처럼 동 그렇게 말아서 붙은 이름으로 일본인의 추억 속에 반드시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벌레입니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몸을 둥글게 말지 못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쥐며느리’라고 하는‘와라지무시(ワラジムシ)’인데요. 화단 같은 곳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단고무시’에 비하면 인기가 없습니다.
아마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며 심심해진 아이들,동네 공원에서 노는 아이들 손에 걸려서 목숨의 위협을 느낀 불쌍한 ‘단고무시’가 무척 많을 텐데요. 그래서인지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자연 관찰 책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단고무시’일 때가 많습니다.
일본의 곤충 책 중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은 일본 책을 번역해 출간한‘아이챌린지 호비’가 있는데요. 한국 꼬맹이들은 일본만큼 벌레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같은 책이라도 반응이 좀 다르지 않을까 싶었어요. 벌레라면 무조건 질색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생활과 무척 가까운 존재거든요.
언젠가 소개한적이 있는 것 같은데 지진,화산등자 연재해가 많은 일본에서는 곳곳에 유사시에 피난처로 사용하기 위한 공원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는 늘 흙,나무,풀이 기득하고 (어쩔 수 없이) 그 곳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벌레들과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거죠.
벌레가 가장 무서운 건 역시 집안에서 일대일로 맞닥뜨릴 때가 아닌가 싶은데요. 요코하마의 신혼 집에서 있었던‘지네(ムカデ)’와의 추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당시 집은 벚나무가 가득한 공원 바로 옆에 있었는데 도시 에서 이렇게 멋진 환경에서 살게 되다니,우리는 정말 행운아라고 남편과 둘이 자축했더랬지요.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밤에 지는데 다리에 무언가 스멀스멀한 기분이 들어 불을 켰더니“으악!" 글쎄 지네가 붙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날 밤부터 우리는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는데 집이 3층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후로도 지네와의 만남은 피할 수 없었답니다. 공원이 주는 여러 가지 혜택에 비하면 소소한 불만이었지만 자연이 가까이 있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은 아니더라고요.
공원 옆은 아니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도 가끔‘그리마(ゲジゲジ. 지네와 비슷하게 생긴 곤충)’와 공포의 ‘바퀴벌레(ゴキブリ)’가 출몰해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다음으로 일본식 방(和室)에 깔린 다다미(畳)에서 볼 수 있는 벌레인데요. 다다미에서 자다 보면 가끔 온몸이 가렵기도 하고 울긋불긋하게 물린 자국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것은 바로 다다미에서 사는‘진드기(ダニ)’와 ‘벼룩(ノミ)’ 때문입니다. 풀을 엮어 만든 다다미는 청소가 쉽지 않아서 특히 여름에는 진드기에게 테러를 당하기 쉬운데요. 슈퍼마켓이나 드럭스토어에 가면 다다미에 붙어사는 진드기와 벼룩을 퇴치하기 위한 살충제가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다음은 매미(セミ)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우리나라에서 보통‘매미’라고 부르는 것은 일본에서‘아부라제미(アブラゼミ. 유지매미)’라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에는 이 외에도 알아 두어야 할 매미가 더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민민하는 울음소리가 이름이 된 ‘민민제미(ミンミンゼミ. 참매미),두 번째는 해가 지는 저녁 무렵 울기 시작하는 ‘히구라시(ヒグラシ, 저녁매미). 울음소리를 따서 카나카나제미(カナカナゼミ)라고도 함)’마지막으로 여름이 끝나갈 무렵 울기 시작하는‘쓰쿠쓰쿠보시(ツクツクボウシ. 애매미)’입니다.
여기서 잠깐,일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봤을 명작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となりのトトロ)를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참 좋아하는 애니 메이션인데 사실 일본에 오기 전 에는 그 작품이 일본의 문화와 정서를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 몰랐습니다. 그런 데 문득 시간대별로 우는 벌레 소리가 정말 생생하게 표현된 것을 보고 그 세심함에 감탄하고 말았죠. 작품 속에는 다양한 매미 소리가 등장하는데요. 매미 소리만 들어도 계절이나 시간대를 알 수 있으니 다음에〈이웃집 토토로〉를 본다면 주의 깊게 들어보세요.
사실 지금 소개한 것 외에도 다양한 매미가 있어서 여름에는 꽤 시끄럽지만 한국에서 한 목소리로 울어대는 매미 소리를 들으면 단조로운 느낌마저 드는 걸 보니 뭐든 적응하기 나름인가 봅니다.
〈이웃집 토토로〉에서는 비오는 장면에 잠시 등장하는‘두꺼비(ガマ)’도 인상적인데요. 남편에게 어릴 적에 기억나는 벌레가 있는지 물어봤더니‘단고무시’다음으로 두꺼비라고 말해서 의외였답니다. 여담이지만 요코하마에서 지금 사는 지바로 이사 왔을 때 새로 살 집을 구경 왔는데 베란다 창문에 이상한 것이 붙어있는 거예요. 저는 그게 도마뱀이라고 생각했는데 비슷하게 생긴‘도마뱀붙이(ヤモリ)’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남편이 도마뱀붙이를 보고“우리는 행복해질 거야"라고 무척 좋아하는 게 아니겠습니까?‘ヤモリ’는 한자로‘守宮’라고 쓰는데 집을 지켜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해요. 일본에서는 꽤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지금도 마당이 있는 시댁에 가면 가끔 창문에 붙어 있어 아이들의 눈요기거리가 되곤 합니다.
참고로 비슷한 이름으로‘イモリ’라는 것이 있는데요. 도롱뇽의 일종으로 우리 말로는‘영원’이라고 합니다. (イモリ)’는 예로부터 우물을 지켜주는 동물이라고 해서 한자로는‘井守’라고 씁니다. 그런데‘도마뱀붙이’와 무척 비슷하게 생겨서 사실 전 아직도 구분을 못한답니다.
외국에 살면서도 외국어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 아마 살면서 자연스레 외워온 벌레 이름조차 그 나라 말로 다시 외워야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나비만 해도 얼마나 종류가 많은지 그저 동요에 나오는 노랑나비,흰나비만 부르며 살아온 제게는 이 모든 나비들이 저마다 이름이 있음에도 그것을 불러주지 못해 내게로 와 나비가 되지 못했다는 외국인의 슬픈 넋두리라고 할까요?
그러니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은 또 어떻겠습니까? 꽃과 풀 이름은 벌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데요. 특히 초등학교 시절 교내에서 열린‘나무 이름 알기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던 저로서는 분명히 아는 식물인데 일본어 이름을 몰라 말할 수 없을 때의 그 답답함,아마 겪어 보지 않으신 분들은 모르실 거예요.
교환학생으로 처음 일본에 왔을 때 환영회를 마치고 교수님과 함께 산책하다가 교정에 피어 있는 꽃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관심이 있는 분야에는 더 눈길이 가기 마련이라 꽃 이름을 다 맞히는 바람에 일본어 실력이 가장 좋은 학생으로 평가 받기도 했답니다. 당시 피었던 꽃들을 생각해 보면‘동백나무(サザンカ)’‘조팝나무(ユキヤナギ)’‘개나리(レンギョウ)’‘철쭉(ツツジ)’거기에‘냉이(ナズナ)’‘쑥(ヨモギ)’까지 알고 있는 식물 이름을 다 꺼내놨던 것 같아요. 그땐 저도 젊고 의욕에 불타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지내는 지금의 생활도 그렇지만 일본어는 제 삶에 정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흔히 외국어 실력 향상의 지름길이라고 하는 현지인과의 연애,결흔을 넘어 출산과 육아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죠.
사실 예전에는 전공에 상관없이 뭐든 하면 된다고 생각 했는데 요즘은 전공을 했으니 끝까지 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일본어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세요. 일본어를 공부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말 잘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벌레 이름,꽃 이름,풀 이름 같은 작은 것에 있는 것 같아요. 외국어를 공부하다 보면 지쳐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주변의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를 볼 때마다 이건 일본어로 뭐라고 할까? 라는 궁금증을 가진다면 어느새 실력이 훌쩍 향상된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럼 2014년 마무리 잘하시고 저는 2015년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 뵐게요.
作成者 黃圭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