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는 소식 듣던 날
2015, 10, 22, (목) 하오(下午) 맏딸과 함께 스포스땐스를 마치고 돌아 온 안사람은
혼이 나간 사람 처럼 멍 하고 있더니 주르륵 흐르는 눈물울 보이면서 "손실이 서울로
이사 간데요" 라고.....
가슴이 철렁 했다. 고독감이 밀려 왔다. 모든것 잃은듯한 상실감도 밀려 왔다.
허탈 했다. 그리고 어느새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내가 왜 이렇게 반응할까? 생각해 봤었다.
우리는 내 혈육이 곁에 있어 주어서 알게 모르게 여기에 의지해 살았던 자리가 컸음을
다시 깨달았고 앞으로 우리 늙은이는 어떻게 뻥 뚫린 빈자리를 안은채 여생을 채우기에
는 너무 불안 했기 때문이다.
꿈에도 내 곁을 떠나리라고는 생각 안했기 때문에 받은 충격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동안 두 딸 내외가 곁에 있어 주어서 심신의 안정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것이 곧 체질화 되어 익숙해 졌던 것이다.
그것이 자식을 둔 보람이고 누릴 수 있는 행복으로 알고 살아 왔었다.
늙어 보면 내 주위의 것이 소중해 지고 오늘 이 시간이 중요하고 절실한 것이지 먼 훗
날의 기약 같은건 없는 것이다.
2015년초 내가 간(肝)질환의 진단을 받고 번민하고 있을때 누구 보다 먼저 안정을 되찾아
주기 위해 남해로 대려가 주었었지.....충무에서 1박하고 해산진미를 즐기게 해 주고 위로
해 준일이 먼저 떠 오르면서 가슴이 찡 해 왔었다.
안사람은 주 2회 같이 공산농협 스포스교실에 10여년을 다녔기에 말할것도 없고 나도
수시로 이들 내외가 집으로 찾아 주어 얼굴 보며 살아 온 자식이었는데.....
근간에는 고장난 전자렌지 수리해다 주었고 먹고 싶어 하는 외식 메뉴 찾아 식욕을 채워
주기도 했었다.
큰 마트에 가면 꼭 우리 것도 같이 챙겨 주던 배려에 늘 고마와 하면서 살아 왔다. 긴긴
세월 동안......
지난 여름(2015, 8, 23,) 칠곡 동생 내외와 같이 점심 초대를 받은 일이 있었다. 이는 내가
동생의 신세를 많이 지고 있음을 알고 그 인사를 겸한 자리였었다.
이렇게 맏이 내외의 마음 깊은 곳에는 우리 두 늙은이가 늘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 3남매중 둘이 운산이 원격한 서울에 막내만 내 곁에 있게 됐다.
늙어 보면 외로운것, 혈육의 그늘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은 인생 말년의 공허한 마음의
자위(自慰)와 불안에서 온 연유(緣由)일 것이다.
시작 있으면 끝이 있다고 했고, 만난 다음은 헤어짐이 세상 이치라지만 헤쳐나갈 수 없는
암벽에 부디친듯한 두려움 속에 투병생활을 이어나가야 할것 같다.
얼마나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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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1, 일요일, 손실이 전화 받아 신이 났었다. 바람 쐬려 가자고!
행선은 국화 진시회, 포항쪽 중 어느쪽.....포항을 택했다.
오랫만에 차창밖에 스쳐가는 가을 바람, 가을 들판, 가을 산천의 물든 단풍을 바라 보면서
시들어 가는 인생의 단풍도 이처럼 아름답게 보이고 싶었다. 쓸쓸하지만....
죽도시장... 사람도 더 분비고 승용차 때문에 소통이 어려운 형편...빈 자리 틈 사이로 겨우
시장 까지 왔다. 싱싱한 생선 구경 하는것도 즐거웠고, 산골 출신이라 이런 풍경 아무리 많이
봐도 싫증이 안난다.
이어 집에서도 한번 먹어 보고 싶었던 싱싱한 생선회로 점심....왜 그날 따라 그렇게 맛이 있었
든지 정말 감식(甘食)했다.
처음엔 간(肝)에 부담은 없을까? 고 생각 끝에 조금만 먹겠다는 작정이었는데 그런건 맛있는
음식 앞에 놓고는 금방 잊어 버렸었다.
시장에 나가 사서 준 오징어, 연어, 삼치, 가자미,......간(肝)에 절실한 양질의 담백질 공급원이
되기에 이를 비축했으니 얼마나 마음이 든드한가! 은근히 욕심도 났었다.
곧 서울로 이사를 앞두고 섭섭한 마음 나누며 달래 보려고 갔던 포항 나드리였지만 마음 속으
로만 수많은 대화를 했었다.
전형적(典型的)인 경상도 사람의 따뜻한 속 마음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솜털 처럼 부드
럽게 녹아 흐르게한 포항 나들 하루!
손서방, 손실아! 고마왔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내 인생이지만 내 곁에 있어준 것은 하늘이
내게 준 천복(天福)이리라.........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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