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漢詩函

녹슨호미 한자루

bsk5865 2008. 3. 30. 17:00
      
    녹슨 호미 한 자루 
       호 당   05.10.10
    밭고랑에 묻힌
    녹슨 호미 한 자루에서
    유년시절
    낡아빠진 유성기에서 듣던
    어머님의 노래가 
    더듬더듬 흘러나오고 있다
    뙤약볕 쏟아지는 밭고랑에 
    무딘 호미 채 묻어두었다가
    오늘 꺼내 들어보는
    어머님의 노래
    긴 밭고랑 나란히 앉아
    출발하여도
    어느새 
    저만치 마중을 나오시던 
    어머님의 발자국에 묻은
    소리를 듣는 것 같다
    목 쇤 금속성의 노랫가락은
    어느새 
    허공으로 흩어지고
    어머님의 사랑만이 
    그 자리에 남아
    호미 끝에서 잠깨고 있다
    뻐꾹새 울어대는 골짜기 
    메마른 밭을 
    무딘 호미 끝으로 
    평생을 일구어냈던 밭고랑에서
    오늘은 그리운 어머님의
    추억을 한 소쿠리 캐내고 있다
    주; 공무원연금지 2007년1월호에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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