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호미 한 자루
호 당 05.10.10
밭고랑에 묻힌
녹슨 호미 한 자루에서
유년시절
낡아빠진 유성기에서 듣던
어머님의 노래가
더듬더듬 흘러나오고 있다
뙤약볕 쏟아지는 밭고랑에
무딘 호미 채 묻어두었다가
오늘 꺼내 들어보는
어머님의 노래
긴 밭고랑 나란히 앉아
출발하여도
어느새
저만치 마중을 나오시던
어머님의 발자국에 묻은
소리를 듣는 것 같다
목 쇤 금속성의 노랫가락은
어느새
허공으로 흩어지고
어머님의 사랑만이
그 자리에 남아
호미 끝에서 잠깨고 있다
뻐꾹새 울어대는 골짜기
메마른 밭을
무딘 호미 끝으로
평생을 일구어냈던 밭고랑에서
오늘은 그리운 어머님의
추억을 한 소쿠리 캐내고 있다
주; 공무원연금지 2007년1월호에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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