回顧輯草案

동갑 생질과의 최후(最後)

bsk5865 2021. 9. 22. 20:38

동갑 생질과의 최후(最後)

 

어릴때 같이 자랐고 같이 학교 다닌 두동 홍씨(洪氏) 문중의 동갑인 큰 생질이

있다. 성장기에 묻어 둔 추억도 어찌 한두가지랴?.....

어른이 되어서 장차 공무원으로 변신할 수 있는 기회가 평생 한번 있었는데

불운하여 경쟁자에게 밀려 샐패했다.  1960년대 초 정치적 격동기에 있었던 일이

지만 잘 풀렸으면 인생도 달라졌을터인데......늘 그 일이 잊혀지지 않고 따라다녔

었다.

 

내가 잠시 고향에 돌아 온 뒤는 가끔 형님과 셋이 만나 어울려 소일도 했지

만 그 기간은 짧았었다. 동양초등학교 근처 용두식당에서 작은 누님도 만나고

생질들도 만나고 했었지......

 

지난 새월은 누구나 다 그러했지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훌륭하게 한 가정을 이루

어 부모 잘 모시다가 여의었고, 자식들은 생업따라 모두 서울로......

 

이제 할일 다 하고 노부부만 고향에 외로이 남았으니 느긋하게 세월과 벗하며 여

유를 즐겨야할 때인데....

 

그 어느 추운 날 안타깝게 부음(訃音)을 받았었다. 건강이 안 좋아 문밖 출입을 못할

처지가 되어 마지막 가는 길도 살펴 보지 못한 것이 서글펐었다.

생전에 80을 너머 90을 바라보는 고령이지만 그래도 거동할 수는 있었으니 이 

세상에서 보고싶고 먹고싶고 놀아보고 싶었던 것을 같이 즐겨 보고 가도 늦지

않았을 터인데.....

 

2008, 4, 21, 형님과 셋이 봉화 어느 보신탕집을 찾아가 점심을 같이 먹었는데

그때 점심값을 아무도 모르게 생질이 주인에게 선불했었다. 후에 알고 다음 부

터는 그러지 말라고 했었는데 그것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았겠

나?  나도 그 이튿날 살림살이 그대로 두고 대구로 영영 돌아가버렸고 그 후 괴로

운 일 겪느라고 소식 두절하고 보낸 그 세월이 한으로 남았다.

 

형님이 봉화요양원에 계실때 찾아갔더니 큰 생질 이야기가 나와 그 보신탕집의

점심이 마지막인 것을 기억하고 계셨다. 이젠 모두 이 세상을 떠났으니 좋은 곳

에서 다시 만나 외삼촌 생질의 연(緣)이 돈독해지길 비는 마음 남긴다.

동갑 내기 외삼촌 갈때 까지 편히 쉬며 기다리게나......2014, 7, 1,